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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함과 중복과 결핍 등은 프란츠 쿤Franz Kuhn 박사의 중국 백과사전 『천상에 있는 친절한 지식의 중심지』에 실려 있던 모호하고 중복적이고 결함투성이인 분류를 떠오르게 만든다. 이 오래된 백과사전에는 동물을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다고 쓰여 있다. (a) 황제에 예속된 동물들, (b) 박제된 동물들, (c) 훈련된 동물들, (d) 돼지들, (e) 인어들, (f) 전설의 동물들, (g) 떠돌이 개들, (h) 이 분류 항목에 포함된 동물들, (i) 미친 듯이 날뛰는 동물들, (j) 헤아릴 수 없는 동물들, (k) 낙타털로 만든 섬세한 붓으로 그려진 동물들, (l) 그 밖의 동물들, (m) 방금 항아리를 깨뜨린 동물들, (n) 멀리서 보면 파리로 보이는 동물들.

『만리장성과 책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책을 쓴다는 것은 책꽂이에 혼란을 일으키고 그 고요를 위협하는 것이다.

『책이 사는 세계』, 헨리 페트로스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