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포함한 모든 인칭 대명사와 이니셜은 특정 인물, 젠더를 지칭하지 않습니다. 또한, 등장하는 모든 인물과 사건, 상표, 지명, 직업, 직업에 대한 묘사 등은 모두 실제와 관계없는 허구임을 명시합니다.
일찍이 치즈케이크의 본질이 무엇이냐를 두고 지리한 논쟁이 있었다.
대부분의 학파에서는 재료의 비율이 치즈케이크의 본질을 결정한다고 주장했다. 이 견해는 주류 학파의 기본적인 입장이었지만 내부에서도 격렬한 논쟁이 있었다. 세부적으로는 수플레 케이크가 진정한 치즈케이크라고 주장하는 학파와 뉴욕 치즈케이크가 진짜라고 주장하는 학파, 그리고 레어 치즈케이크를 밀고 있는 학파로 분화되었다.
수플레 파 내부에서도 포슬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중시하는 사람과 그래도 꾸덕함이 느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으로 더욱 세분화되었다.
뉴욕 치즈케이크 파는 그중에서도 역사가 가장 깊은 정통 주류 학파로, 크림치즈의 비율이 치즈케이크의 본질을 결정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편, 몇 퍼센트냐로, 어느 정도의 꾸덕함이냐로 논쟁이 번졌다. 크림치즈의 함량이 높을수록 치즈케이크에 가깝다고 했지만 어떤 쪽에서는 치즈 함량이 100%면 치즈와 치즈케이크가 다를 바가 뭐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렇게 어느 정도의 함량이 적당한가를 두고 적어도 50% 이상으로 종결지어질 무렵, 49.999% 함량의 케이크는 치즈케이크에 속하는가, 등으로 토론이 이어졌다.
그런가 하면 레어 치즈케이크 학파는 재료 면에서 주류 학파로 분류되면서도 동시에 주류 학계에서는 간혹 받아들여지지 않기도 했다. 왜냐하면 그들 중 일부는 티라미수까지도 치즈케이크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물론, 티라미수에도 치즈가 들어가긴 했지만, 그것이 크림치즈가 아니라 마스카포네 치즈라는 이유로 학계에선 레어 치즈케이크 학파를 거부했다.
그런 한편, 케이크의 표면이 케이크의 본질을 결정한다고 주장하는 학파도 있었다. 이들은 실제 사례를 들어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예전에 그런 실례가 있기는 했다. 고구마 케이크라고 파는 것을 구매한 어느 고객이 먹어보니 고구마는 전혀 들지 않고 스펀지케이크와 생크림뿐이었고 고구마 케이크처럼 표면만 카스텔라 가루가 뿌려져 있었노라고. 판매한 곳에서는 그 고객의 항의에 대해 그것은 단연코 고구마 케이크이며, 만일 구매자가 그렇게 우긴다면 그건 구매자가 고구마 케이크를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 답변한 바 있었다. 고구마 케이크의 예이지만 이들 학파는 이것은 어느 케이크든 적용될 수 있는 사례이며 이런 역사적 증거로 겉모양이 차라리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모든 논쟁은 치즈케이크 학계에 있어서 유물론자들의 생각일 뿐이었고, 치즈케이크에 대한 관념론자들은 그것이 완전히 틀린 이론이라고 단정 지었다. 세상의 모든 치즈케이크는 그저 치즈케이크의 이데아를 현실 세계에서 조잡하게 형상화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었다. 하여 우리가 맛보는 치즈케이크란 치즈케이크의 본질이 아니며 치즈케이크의 이데아는 우리가 범접할 수 없는 세계 속에 귀속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현대에 와서 어떤 이들은 치즈케이크라는 언어가 담지하는 것은 애초부터 아무것도 없다고 주장하기에까지 이르렀다.
논의가 격렬하게 진행될수록 치즈케이크의 의미는 분해되어 갔다. 결국에 모두는 이것을 치즈케이크로 부르지 말자는 결론에 다다랐고 치즈케이크의 모든 의미는 해체되었다.
그러자 원래 목적이 분명했던 것들도 치즈케이크처럼 차츰 모호해지기 시작했다. 테이블은 테이블이 되기를 거부했고, 그에 따라 사람들은 테이블에 몸의 높낮이를 맞추어 생활하기 시작했다. 때로는 윗면을 뾰족하게 하여 그저 장식물이나 설치형 작품으로 두기도 하였다. 사람들은 이렇게 모든 것들이 서서히 이름을 잃어갈 것이란 걸 깨닫게 되었다.
치즈케이크는 마침내 의미도 없이 이름만 남았다. 어떤 사람들은 의미를 잃어버리고야 만 치즈케이크에 자신들의 마음을 불어 넣었다. 이를테면, 누군가는 치즈케이크를 행복이란 의미로 사용했는데, 비록 찰나의 시간이지만 그의 치즈케이크라는 단어에는 행복이라는 관념이 새롭게 살아 숨 쉬고 있었다. ◆
음성 TTS는 TTS메이커을 사용하여 제작하였습니다.
본 내용은 『무명한 이야기』에 수록된 「치즈케이크의 이데아」입니다.
쓴 사람 김만복 │ 그림 이사람 │ 기획·편집·제작 이열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