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 STORIES PART Ⅰ
FORTUNE CARDS
MINI UNTITLED STORIES
NO MONEY
UNTITLED STORIES
UNTITLED STORIES PART Ⅱ

당신이 방금 마주친 문장은 어젯 밤 당신이 한 일일 수도 있고 당신과는 영영 관계가 없는 일에 불과할 수도 있다. 맥락 없는 그 문장은 때로는 우스갯 소리나 헛소리, 불쾌함, 실망과 좌절, 사소한 암시일 수도 있다. 문장은 맥락에 닿는 순간 새로운 것으로 탈바꿈하기 때문이다. 그런 식으로, 맥락 속 문장들은 당신의 삶에 다른 의미로 파고들 수 있는 여지도 생겨난다. 의미 없는 문장들이 의미로 닿기도 하고, 마주침으로 인해 당신의 마음에 불러일으켜지는 심사, 촉발되는 무엇, 그것이 당신 자신이든, 당신 주변을 환기시키는 무엇이든.

이 실험은 2021년 10월의 어느 날 춘천에서 처음 시행되었다.
팔리지 않는 무명한 이야기를 이벤트성으로 팔아보고자 고심한 결과였다.

이 출판물을 만들어낸 사람 중 하나인 김만복은 이런 파편화된 문장에 극구 반대했으나 그는 쌓여있는 재고를 보여주자 거듭의 고민 끝에 이 제안을 납득하고 하릴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완전한 긍정은 아니었다고 생각지만..)

그러나 이것은 정말 당신의 운일까?

이걸 수작업으로 만들자마자 운세 뽑기에 임해본 나 역시

'돈이 없습니다.'라는 문장을 뽑았다. 당시 나는 정말 돈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도 돈이 없다. 상황은 해석하기 나름이며 맥락에 따라 적용되기 마련이다. 이는 운세가 아닐 수도 있다. 그저 단순한 문장일 뿐일 수도 있다. 단지, 그 시간, 그 순간, 당신과 마주치기로 예정되었을 뿐인, 길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누군가들과 무엇들처럼.

이 모든 문장은 출판물 무명한 이야기로부터 비롯되었다. 그리고 때때로 당신이 만난 문장들이 무명한 이야기 속에서는 같은 문장이라고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다.
이 모든 소스 코드는 random quote에서 참고했다. 하지만 이 문장들은 명언이 아니다. 우리는 언어와 문장과 단어들을 그것이 띄워진 상황, 그러니까 맥락 속에서 떠올릴 수 있을 뿐이다.

오프라인의 맥락과 상황은 웹에서와는 또 달랐다. 제발 참여해 달라는 제작자와 판매자들의 무언의 압박..!
여기서는 누구의 강요도 없이, 자발적 선택의 여지가 있다.

이제 어떤 문장과 어떤 순간에 어떻게 만날 것인가.